"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더니 '배민'에 느끼는 배신감
‘요기요’ 본사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빅딜이 이뤄지면서 기업 국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독일 기업이 국내 배달음식 시장을 장악하는 게 아니냐는 반감 때문이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한국·독일 연합군 결성”이라고 항변한다. 그런데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DH의 배달 앱 시장 장악으로 이용자 할인 혜택이 줄고, 음식점주 수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위 서비스를 모두 품에 안은 DH 입장에서 이용자, 점주 유치 경쟁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과 DH 코리아는 독자 경영체제를 유지한다지만, 우아한형제들이 DH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되기 때문에 본사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독일 자본에 90% 이상의 배달 앱 시장이 지배받는 기형적인 상황을 앞둔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들이 정하는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 현실화에 대한 공포가 있다"며 "당장 자영업자들이 1차 피해자가 되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지나친 기우라는 입장이다. 배달 시장 내 경계가 허물어져 쿠팡과 네이버, 카카오 등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이용자, 점주 혜택을 줄이는 '자충수'를 둘 일은 없다는 것이다. 차기 대표 내정자인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지난 17일 직원들과 대화에서 "DH와의 M&A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봉진 대표는 이번 빅딜에 대해 "한국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을 국내 1위로 키운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으냐는 갈림길에서 일어난 거래"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우리나라 상고시대 명칭인 '배달'(倍達)과 앱 명칭이 동음이의어라는 데 착안,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등 타이틀을 내걸고 대규모 마케팅을 펼쳐왔다. 2012년 '한나체'를 시작으로 한글날마다 새로운 한글 서체를 무료 배포하면서 한글 사랑에 앞장서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애국 마케팅은 업계 2, 3위 요기요, 배달통이 해외 서비스인 점과 비교되며 이용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큰형님' 역할을 자처한 우아한형제들이 외국계 기업이 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김봉진 대표는 2016년 스타트업 공동이익 대변과 창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을 조직해 의장을 맡았다. 코스포는 1000곳이 넘는 회원사를 둔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로 성장했다. 코스포 출범과 성장을 이끈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기업의 자회사가 되면서 김 대표가 국내 스타트업들을 대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마침 김 대표의 코스포 의장 임기도 종료된다. 코스포 이사회는 차기 의장으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를 추천했다. 내년 2월 회원사 총회를 거쳐 김슬아 대표의 의장 선임이 확정된다.
김 대표 역시 국내 인터넷기업 역차별과 해외 기업들의 시장 잠식 문제를 직접 거론한 바 있다. 김 대표는 2017년 코스포 1주년 행사에서 "대한민국은 외국 기업들의 디지털경제 식민지가 돼 가고 있다"며 "배달의민족도 네이버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더 많은 광고를 한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10년 뒤엔 해외 서비스들이 국내 시장을 전부 차지해 이용자만 남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해외 기업이 한국에서 얼마나 돈을 버는지 파악도 안 되고, 번 돈에 대한 합당한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의 우려처럼 해외 서비스들이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 대표가 직접 내린 결정 때문이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법과 규제를 충실히 이행하는 선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DH와 우아한형제들이 이용자와 점주들의 불안감을 없애려면 투명한 경영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며 "그럴 경우 기업 국적 논란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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